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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혼인평등 헌법소원 기자회견 - 서울북부지방법원의 동성결혼 불인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에 따른 헌법소원심판 제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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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혼인평등 헌법소원 기자회견 - 서울북부지방법원의 동성결혼 불인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에 따른 헌법소원심판 제기

知足 2025. 2. 14. 15:37

 

 

2025년 2월 1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혼인평등 헌법소원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 김민문정 상임대표가 연대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 11일, 11쌍의 동성부부가 제기한 혼인평등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전국 6개 법원에 11건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법률혼에서 동성혼을 배제하는 현행 민법이 기본권 침해 및 위헌이라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함께 제청한 소송"입니다. 그러나 2025년 1월 13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제기된 2건의 소송에 대해 별도의 입증조사와 심사 없이 각하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모두의결혼과 원고 부부들은 2월 14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에 대한 위헌성을 제기하였습니다.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연대발언을 통해 여성운동의 호주제 폐지 운동을 말하며, 가족법 개정 투쟁의 연장으로서 혼인평등 운동에의 지지와 연대를 표했습니다.

 

●혼인평등 헌법소원 기자회견 : 서울북부지방법원의 동성결혼 불인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에 따른 헌법소원심판 제기

 

○ 일시와 장소: 2025년 2월 14일 (금) 오전 11시 / 헌법재판소 앞 (서울 종로구 북촌로 15)

○ 공동주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 주관: 모두의 결혼(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

 

○ 프로그램 (※사회: 이호림 / 모두의결혼

- 대리인단 발언 (조숙현 / 혼인평등소송 대리인단장)

- 당사자 발언 (천정남 / 헌법소원 청구인)

- 연대 발언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

 

 

대리인단 발언: 조숙현 (혼인평등소송 대리인단장)

이 소송은 성소수자의 혼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지만, 과거 동성동본금혼제, 호주제, 부성승계강제주의 등과 같이 우리 가족법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1997년 우리 헌법재판소는 동성동본(同姓同本)금혼 규정은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였다는 판단을 하였고, 2005년에는 가족법이 헌법이념의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고 헌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런 가족법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헌법재판소는 앞선 두 차례의 혼인 및 가족관계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함으로써 ‘부당하게 반려된 사람들’을 구제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동성동본 금혼제와 호주제가 폐지됨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보다 포용적이고 평등하게 변화했습니다.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거나 동성부부의 동등한 권리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0%~47%에 이를 정도로,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져 있습니다. 2001년 호주제 폐지 소송이 시작될 당시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던 여론은 40%대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사회적 인식을 이유로 동성혼 법제화를 미룰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과거 호주제 폐지 반대론자들은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가족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하였지만, 호주제 폐지 이후 어떠한 사회적 혼란도 가족제도의 붕괴도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가족제도는 보다 평등한 현대적인 제도로 빠르게 재정비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면서 이성혼과 동등하게 혼인을 인정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39개국에 이르고 이중 아시아 국가도 대만, 네팔에 이어 최근 태국까지 3개국에 이를 정도로 동성혼 법제화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되는 추세입니다.

동성혼의 법제화는 단지 정의의 실현이나 옳은 일이기에 이루어야 하는 당위적이고 추상적인 명제만은 아닙니다. 법적인 혼인관계로 인정받지 못해서, 내가 사고를 당했을 때 내 배우자에게 권한이 없어 나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인 공포이며 실제 하는 피해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나중에” 라고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는 동성혼이 한국에서만 인정되고 있지 않은 현실은 경제적 측면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할 수 있으며, 국제 인재 유치 관점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듯 동성혼 불인정은 인권의 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 경제적 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이기도 합니다.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 현실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동성부부들이 하루라도 빨리 구제받을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동성간 혼인을 허용하지 않는 민법 규정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기를 바랍니다.

 

당사자 발언: 천정남 (헌법소원 청구인)

안녕하십니까. 천정남입니다.

내 성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은 이후 나의 20대는 불행했습니다. 나에게도 낯설었던 동성애라는 이 성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없어 방황해야 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탄로날까 하는 불안함과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감에 삶을 포기하려는 시도까지 하며 우울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렵사리 내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 정체성을 알리고 동성애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아울러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를 하며 다양한 현장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그리고 31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24년이라는 시간을 서로 사랑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과거에는 낯설고 말도 안 된다 여겨졌던 것들도 현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혼제도 또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으며 가족의 개념 또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1인 가족이었고 현재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또한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이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추석때는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 강아지를 안고 찍은 사진을 국민들에게 당연하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24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법의 보호 또한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황금기인 30대와 40대, 50대를 거쳐 이제는 60대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부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노년의 삶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가족을 포함해서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부부로 인정하고 있으며 법의 영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역에서 부부로서의 삷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으며 나아가 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내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누구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인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이 권리를 우리는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배우자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의 보호자나 가족임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번번히 좌절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다가오게 될 죽음의 순간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장례조차 치를 수 없게 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성소수자 부부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연대발언①: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민문정입니다. 헌법과 법률, 민주주의 시스템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의해 부정되고 유린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며 더더욱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새기게 되는 요즘입니다.

예전에 호주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호주제는 가족을 남자 중심의 상하관계로 만들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자만이 호주가 되는, 특히 장자에 의한 호주승계를 강제했습니다. 호주제는 성별 위계를 강화하는 신분제도이자 사회적 의식의 상징체계로 기능했습니다. 갑자기 남편을 잃은 사업가가 호주가 된 3살짜리 아들의 동의 문제로 여권 발급과 해외 출장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갓 난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가족이 새아버지의 성으로 변경하기 위해 사망신고 후 다시 출생등록을 하는 등 무수한 피해를 양산했습니다. 호주제는 소위 ‘정상’을 벗어난 가족에 대한 낙인과 차별,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겼고 심지어 많은 여성들에게 성별감별임신중지의 위험을 감수하게하기도 했습니다.

법과 제도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계와 생활을 지원하고 원활하게 하는 질서와 약속입니다. 그런데 민법에 규정된 호주제로 인해 평등한 가족 관계와 개인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 위협 당했습니다. 여성운동은 이러한 성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호주제 폐지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어느 시대에는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생활방식과 문화, 인식이 달라지면서 당연하지 않게 되거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충돌하게 됩니다. 삶과 충동한다는 것은 법과 제도가 바뀔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성운동은 호주제 폐지 투쟁을 통해서 개인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평등한 가족 관계라는 것은 무엇인지, ‘정상’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현실에는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존재하는지, 차별적인 가족제도가 우리사회 모든 영역에서 어떻게 민주성, 평등성, 다양성을 훼손하는지 등을 드러내고 질문하면서 헌법적 답변을 얻어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평등’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그 의미를 시대에 맞게, 시민들의 실제 삶의 모습을 반영하여 재구성·확장할 수 있도록 촉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빨갱이’, ‘친북용공’이라는 이상한 소리도 들어야 했지만 마침내 7년 만에 헌법 불합치 결정과 호주제 폐지를 이뤄냈습니다.

누구와 사랑을 나누고 가족을 꾸려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지 결정하는 것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시민 개인들의 몫이고 그를 보장하고 지원할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그 권리가 법과 제도에 의해 침해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여성운동이 호주제 폐지 운동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그리고 마침내 얻어낸 헌법적 가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사유 없이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11쌍의 동성부부와 더 많은 동성부부들의 기본권 쟁취를 위한 싸움에 연대합니다. 호주제 폐지운동도 호주변경 신청, 불수리 처분, 불복 신청, 위헌법률심판 신청 등 무수한 고비를 넘느라 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마침내 승리하여 호주제가 폐지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합니다. 여러분의 용기 있는 투쟁도 반드시 승리하여 더욱 풍성하게 평등하고 열려있는 사람 사이의 관계,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기본권을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늘 연대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②: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안녕하세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법률가 단체로서, 호주제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차별적인 가족제도에 대하여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형법상의 추행죄 위헌 소송,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과 같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법적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동성결혼 불인정에 대한 헌법소원 또한, 가족법역사에 또 한번 진보를 이끌 중요한 사건으로서, 민변도 연대하고 지원하고자 이렇게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0월에 제기된 동성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충분한 심리 없이 각하하였으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또한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이 인정해온 혼인의 개념을 해체하면서까지 동성간의 법률혼을 인정할 당위성이 없다.  따라서 기본권 침해와 자의적 차별이 아니다'라며 기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인권의 최후의 보루로 작용하여야 하는 사법부가,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으로 성소수자 차별에 일조하였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우리나라에 혼인평등이 도래할 수 있는지, 사법부가 명백하게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제 헌법재판소에 달려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30년 전 동성동본금혼제, 20년 전 호주제의 위헌성이 쟁점이 되었을 때, 기꺼이 가족제도의 구조적 차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들로 우리 사회는 더디더라도 한걸음씩 평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혼인평등입니다. 동성결혼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법으로서 마땅히 인정받아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이웃나라인 대만과 태국에서도 동성결혼 법제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성소수자 권리 투쟁의 결실을 맺어야 할 때입니다.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소수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차별이 만연한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헌법재판소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습니다. 세상이 반대로 돌아가더라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오늘 제기하는 동성혼 불인정 헌법소원이 그 한걸음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충실한 심리를 통하여, 우리 헌법의 평등 원칙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민변도 우리나라에 혼인평등이 마침내 도래할 그 날을 기다리며,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③: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

안녕하세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 장박가람입니다.

2024년, 아시아 지역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습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초이자 아시아에서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습니다. 네팔 또한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동성혼 법제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동성 간 결혼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삿포로와 도쿄 고등재판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규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연이어 내리며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각국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CCPR)와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등 다양한 국제인권기구가 대한민국 정부에 반복적으로 권고해 온 사안이기도 합니다. 동성 부부에게도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보호를 보장할 것,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할 것, 나아가 평등한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것은 국제사회가 개별 국가와 정부에 요구하는 의무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모든 사람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판결과 관련하여 법률 의견서를 제출하며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옹호한 바 있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해당 소송에서 동성 사실혼 배우자 간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분명한 인권의 진전이지만,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개별 소송에 의존해야만 하는 한국 인권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헌법소원 제기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동성 부부의 혼인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중대한 시험대입니다. 이제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동성혼 불인정이 성별,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지를 엄중히 판단해야 할 책무 앞에 섰습니다. 성소수자 인권과 혼인 평등권이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치부되어 온 현실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로 수많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헌법 앞에서 권리를 다투게 된 현실을 사법부가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공정하고 인권 원칙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이 과정이 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증진하는 중요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계속해서 전 세계와 한국에서의 성소수자 권리 증진을 위해, 특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혼인평등의 실현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때까지 책임을 미뤄 온 국가와 정부에 책임을 묻고, 뒤늦게나마 그 의무를 다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