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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31주년 무주택자의 날 성명] 집이 재난이 된 지금, 인권으로서의 집을 요구하자(6/3) 본문
[31주년 무주택자의 날 성명]
집이 재난이 된 지금, 인권으로서의 집을 요구하자
1992년 6월, 1천명의 세입자들이 한데 모여 ‘무주택자의 날(6월 3일)’을 선포했다. 30여 년 전 심각한 전·월세 폭등으로 이사 갈 방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잇따랐다. 절망 가운데서 살아남은 세입자들은 ‘더 이상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사회를 만들자’라는 선언과 함께 ‘무주택자의 날’을 선포한 것이다.
‘사회적 타살’을 부른 세입자 주거불안의 고통 가운데 태어난 무주택자의 날이 선포된 지 31년이 지났지만, 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집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권리 명제는, 부동산 시장으로 호명되는 경제 논리 앞에 오늘도 좌절되고 있다. 소유 여부를 떠나 살고 싶은 만큼, 부담 가능한 주거비로, 적정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로 천명된 주거권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봉인되고 빼앗긴 권리다.
최근 전세사기・깡통전세의 전국적 확산 및 피해 세입자의 죽음과 반지하, 고시원 등에서의 재난 참사는 주택의 투기적 금융 상품화와 이로 인한 주거 불평등 양상을 참혹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주택자 세금 완화가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서민 정책”이라는 대통령의 인식과 정권 초기부터 집 부자 감세, 민간주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정책에서, 이미 예견된 사회적 재난 참사이기도 했다.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는 우리는, 2023년 무주택자의 날을 맞이해 다시 우리의 주거권을 선언하며 요구한다.
늘려라, 세입자 권리!
제대로 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세입자 구제와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역대 정부의 대출 중심의 주거정책은 세입자의 보증금도 투기의 종잣돈이 되도록 장려하는 등,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문제를 키웠다. 심각한 피해가 전국의 세입자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는 무책임과 소극행정으로 일관하다가 마지못해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반쪽짜리 특별법을 제정했다. 최소화된 특별법의 실행 이후 드러날 피해 유형과 규모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예방 대책도 본질적인 문제는 내버려 두고 있다. 전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현행 제도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증금 규모에 대한 규제와 무분별한 대출 규제 장치(DSR에 보증금 포함 등),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입자 권리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 부동산 시장주의 세력들은 세입자 불안 상황에서도 근거 없이 임대차 3법에 대한 공격을 이념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어느때보다 임차차보호법 강화로 세입자 권리를 확대할때다. 계속 거주권 보장 및 초기 임대료 규제, 공정임대료 도입 등이 필요하다.
내놔라, 공공임대!
정부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 대비 5조 원이나 삭감했다. 특히 주거취약계층 등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 예산이 3조 원 이상 삭감되었다. 정부는 쪽방, 반지하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보증금 대출과 이사비 지원을 약자복지로 자랑하고 있지만, 이는 이들에 필요한 집(공공임대)를 빼앗고, 빚을 지워 주거 안정성이 매우 낮은 민간임대주택으로 내모는 격이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공공매입을 기존 매입임대주택 제도와 예산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예산 증액은 필수적이다. 추경을 통한 예산 증액 없는 피해주택 공공매입 방침은,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반지하, 쪽방 거주민 등 매입임대주택이 절실한 이들끼리의 뺏고 뺏기는 불행 경쟁에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생활권 내 기존주택을 매입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확대는 기후위기 시대에 재난 불평등으로 드러나는 주거 불평등의 현실을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주거정책이다. 지금 당장 추경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와 공급 확대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팔지마, 공공의 땅!
한편 지난 연말,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을 명분으로 공공자산에 대한 매각 방침을 발표했다. 매각을 서두르는 대표적인 공공자산은 용산정비창 공공부지로, 기재부가 밝힌 전체 공공자산 매각 규모의 43%나 차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SH공사를 통해 용산정비창 부지의 기반시설을 조성한 후 민간에 분할 매각해 민간개발방식의 국제업무단지 조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를 비롯한 공공토지 등 자산의 민간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 공공의 땅은 국가권력이 마음대로 팔아도 되는 그들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국민의 재산이고, 이 땅의 쓸모를 만들어온 모두의 것이며, 미래의 모두를 위한 땅이다. 불로소득 잔치를 벌이고 소유로 귀결되는 부동산 개발에 팔아 치울 것이 아니라 주거권과 공공성이 보장된 공간으로 만들자.
집은 인권이다.
집은 언제나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였지만 점점 더 생사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전・월세로 세입자들의 집은 ‘짐’이 되었고, 기후재난에서 가난한 이들의 집은 ‘흉기’가 되었으며, 이제 전세사기, 깡통전세로 집은 ‘지옥’이 되고 있다.
더 이상의 집으로 인한 고통과 절망을 끝내고 집이 온전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집은 인권’이라는 선언을 실현할 때다. 우리 모두의 집 걱정과 불안을 개인의 임금소득 또는 대출상품으로 해결하거나, 열악한 주거로 인한 고통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각자의 문제로 치부하는 관성을 벗어 던지자!
집에 저당 잡힌 삶이 아니라, 살만한 집에 살 권리, 주거권을 선언하며 요구하자! “내놔라, 공공임대! 팔지마, 공공의 땅!, 늘려라, 세입자 권리!”
2023년 6월 3일
31주년 무주택자의 날을 맞아 만인의 주거권 쟁취를 염원하는 이들 일동
(내놔라공공임대 / 용산정비창공공성강화를위한공대위 /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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