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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페미니스트가 미디어를 읽는 법 페미Re: 누가 누구를 돌보고 있나?

知足 2022. 11. 25. 14:50

 

1. KBS 일일·주말드라마에서 누가 누구를 돌보고 있을까요? 

미디어에서 재현하고 있는 돌봄을 살피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했어요.

 

대상 프로그램은

KBS 일일드라마 <으라차차 내인생>, 1~20회, 101~120회(총 40회)

KBS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35회~50회(총 16회)

결과가 궁금하신가요? 

 

 

2. 경애의 밥상

<현재는 아름다워>의 남자 주인공 현재네 집의 유일한 여성 경애는 며느리, 아내, 엄마로서 집안일을 모두 하고 있었어요. 삼시세끼를 차리고 치우고, 다과를 내오고,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에 반찬을 만들어다 주고, 청소를 하면 경애의 하루는 끝이 나는데요. 경애씨는 반복된 하루가 얼마나 지겨운지 43회차에서 "밥해먹는 거 지겨워 진짜"라고 말하기도 해요. 가족들은 일을 분담하지 않고 말로만 “힘들겠다” 고 경애를 위로했어요. 왜 KBS는 경애에게 가족의 밥상을 맡겼을까요?

 

 

3. 수정의 세계

자주인공 미래의 엄마인 수정은 며느리, 아내, 엄마로서 가사노동을 하고 있었는데요. 경애처럼 삼시세끼를 차리고 치우고, 직접 식혜를 만들기도 해요. 수정의 사례에서도 보듯 가사노동 대부분을 5060 여성에게 맡겼는데요. 경애와 수정의 공간이 집안 내, 부엌으로 한정된 한계가 있었어요. KBS는 다양한 삶을 살고 공간을 즐기는 5060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4. 명숙의 돌봄

명숙은 <으라차차 내인생>의 주인공 동희의 고모예요. 명숙은 가정 내에서 아내, 엄마, 고모, 고모할머니로서 가사노동을 했는데요. 대가족의 아침식사는 기본ㅜㅜ 시시때때로 가족에게 밥을 차려주고 집안을 쓸고닦고 하는데요. 아뿔싸 집안 가사일에 더해 학교에 다녀온 조카의 아들(힘찬) 숙제를 봐주고, 간식을 차려주는 아이돌봄까지 맡고 있었어요. 이에 그치지 않고 아들 태평은 자신의 아이 차돌이까지 돌봐달라고 하는데요. 드라마에서 중년여성 명숙에게 돌봄을 전담시키고 있었어요.명숙씨는 돌봄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네요. 

 

 

5. 그 외의 장면들

밥차리기, 아이돌봄 이외에도 이런 장면도 있었어요. 퇴근한 남편 가방 받아주기, 며느리에게 가사노동 눈치 주기, 독립한 자녀 돌봄, 심리적 돌봄 등의 장면인데요. 가부장제의 규범에 순응하는 모습 등을 여성의 역할로 그리고 있는 것은 다양한 여성의 역할을 상상하지 못하는 한계라고 생각해요. 돌보고 돌봄받는, 가족과 함께이고 또 따로이기도 한, 문제적이고 문제제기하는 다채로운 여성, 특히 중년 여성의 모습을 그려낼 순 없는 걸까요?

 

 

6. KBS에 바란다

KBS는 언제까지 대가족 중심이고 여성에게만 돌봄을 맡기는 드라마를 만들건가요!

대한민국 1인가구는 40.3%, 2인가구 23.9%, 3인가구 17%, 4인가구 18.7%입니다. KBS에서 재현하고 있는 가족 중심의 가족은 사라지는 추세이며 혈연중심이 아닌 다양한 가족형태를 상상하는 공동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KBS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도 다양한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보일 때입니다.(자료출처: 행정안전부 2022행정안전통계연보)

 

 

 

7. 각종 돌봄을 중년 여성에게 강요하는 재현도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코로나19로 돌봄의 공백은 커졌고 시민들은 돌봄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두 드라마는 평균시청률이 17.28%(으라차차 내인생), 24.19%(현재는 아름다워)이고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큽니다. 시민은 KBS가 더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를 그리고 대안적인 방식의 사회를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제 기존의 대가족 중심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보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