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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민우회가 주관하는 제1587차 수요시위

知足 2023. 3. 15. 13:26

 2023년 3월 15일 (수) 낮 12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민우회가 주관하는 제1587차 수요시위가 있었다.

 

 

 

∎ 제158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 일제식민시기를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로 명명했다. 그리고 3월 7일 제10회 국무회의에서는 일본을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대상으로 규정했다. 대통령실 유튜브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방식이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과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우리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때문에 기억은 그 자체로 투쟁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어떤 과거도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일제식민지는 우리가 “준비하지 못해” 겪은 문제가 아닌, 다른 나라를 침략함으로써 자신들의 패권을 넓혀가려는 제국주의를 신봉한 일본의 문제다. 윤 정부가 정의한 과거에는 우리의 잘못과 전 정부의 잘못만 있다. 21년 만에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물은 대법원 판결도 없다. 현재와 미래 어디에도 일본군성노예제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회복은 없다. 회복은 차치하고 존재조차 지우고 있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황금주 님은 “이렇게 해 가지고 역사에 뭘 남길 거야?”고 말했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가해자의 언어로 진실을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에 대항한 목소리였다. 과거를 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결연한 언어들이 모여, 1587차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언어 앞에서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윤 정부는 비겁함만을 역사에 써가려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3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의젓하고 당당한 해법”이라며 일본에 반성이나 사죄 요구는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우리는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이제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는지 안다. 이 말이 피해를 삭제하고 사회적 해결을 회피하려는 것임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곱씹어서 해석하고 기억하려는 주체적인 언어들을 기억한다. 피해를 피해라고 말하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정부 앞에서 강덕경, 길원옥, 김복동, 문필기, 황금주 등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부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유가족까지, 이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서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기억한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고 그 해결을 고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연대할 것이다.
 
이용수 님의 말처럼 “잘못된 역사는 감춘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말로 과거의 문제를 넘길 수 없다. 정부는 자국민의 폭력피해와 그 회복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 책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전쟁 범죄 가해국으로서 과거사를 인정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으로 그 책임을 다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일본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강제동원 배상방침을 철회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폭력피해와 그 회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라.
 
2023년 3월 15일
158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여성민우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