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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이것이 우리의 ‘사회적 합의’다 -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에 성의없는 복붙으로 회피한 식약처 답변에 부쳐 (7/2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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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이것이 우리의 ‘사회적 합의’다 -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에 성의없는 복붙으로 회피한 식약처 답변에 부쳐 (7/26)

知足 2023. 7. 27. 16:06
 

[기자회견]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이것이 우리의 ‘사회적 합의’다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에 성의없는 복붙으로 회피한 식약처 답변에 부쳐

 

 

[기자회견 순서]

사회 : 문설희(진정인, 사회진보연대)

발언1 : 이서영 (진정인, 의사)

발언2 : 서은솔 (진정인, 약사)

발언3 : 오진방 (진정인,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기자회견문 낭독: 달연(진정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동윤진(진정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김성이(진정인, 시민건강연구소)

 

[발언 1] 이서영(진정인, 의사)

지난 6월 의사 59인은 식약처에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과 신속도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송부했습니다. 저는 그 민원에 참여한 한 명의 의사입니다.

 

저희가 왜 진정서를 제출했는가, 그 요구사항이 무엇이었는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의 요구는 아주 단순합니다. 세계 90여개국에서 안전하게 처방 복용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한국에서도 쓰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유일하게 도입신청한 제약사가 자진 취하한 후 유산유도제 도입이 원점으로 돌아왔고, 현재 아무 제약사도 도입 신청에 나서고 있지 않습니다. 개별 제약사의 의지에 맡겨놓기엔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국가가 나서서 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국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서 식약처가 직접 도입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진정서를 보내고 일주일 뒤 식약처로부터 답변이 왔습니다. 그런데 답변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유관부서 간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안 된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전부였던 것입니다.

 

여러분, 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을 도입하라는 말에,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 말이, 이해가 되십니까? 그 이해당사자는 임신중지에 직면한 사람이 아니면 누구란 말입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19 년, 인보사 사태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암 유발 가능성이 높아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되는 세포주가 들어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인보사 같은 위험한 주사제도 허술하게 승인했던 식약처입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어떤 신약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세계보건기구마저 도입을 권고하는 안전하고 필수적인 의약품을 도입할 때는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고 있는 겁니다.

 

위와 같은 맹탕 답변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식약처가 아예 답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진정서에서 유산유도제 도입 미비로 발생하고 있는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고, 이에 대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했을 뿐입니다. 한국에서 유산유도제를 찾아 헤매는 여성들을 먹잇감 삼는 암시장이 횡행하여 성분미상의 의약품의 부작용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정부가 유산유도제를 도입해서 정상적인 경로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산유도제에 대한 국가의 해답은 ‘불법의약품 근절’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이 프레임으로 한국의 여성들에게 그나마 안전한 해방구였던 해외 비영리단체에서 유산유도제를 구하는 경로마저 차단했습니다.

 

이미 3년 전부터 낙태죄는 효력을 잃었고,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게 되었는데, 유산유도제를 사용하는 것만은 불법적인 일을 넘어 아예 불가능한 일로 가로막혀 있는 꼴입니다. 임신중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유산유도제가 아니라 식약처입니다. 평범한 여성들과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는 의료진들의 안전한 의료행위를 가로막는 것이 사회적 합의입니까? 유관부서인 식약처와 복지부는 시민들의 건강권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해 협의하는 곳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모두가 안전하게 스스로 임신과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존엄하게 관계 맺고 살 수 있는 인권과 건강권을 국가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입니다.

우리 의료인들은 이 상식이 실현될 때까지 정부부처들에 제대로 된 답변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입니다.

 

 

[발언 2] 서은솔 (진정인, 약사)

오늘 이 자리에서 공유하고 싶은 질문입니다. 수많은 국가가 안전과 효능을 이유로 사용하는 미프진에 대해, 의약품 접근까지 우리는 왜 이렇게 버거워야할까요?

 

저희는 얼마전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다수인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약사들은 국가 필수의약품지정에 있어 지정요청을 넣을 수 있는 대상인 약업단체로서 민원을 넣었습니다. 이는 시민 1856명의 소중한 의견이 담겨 있는 민원으로 전문성을 문제로 삼을까봐 의사 59명, 약사172명의 의견을 모아 식약처에 넣은 민원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또 우려했던 답변을 받았습니다.

민원 처리결과는 "전문의 진단에 따른 처방전이나 긴급도입이 필요한 사유 등 타당한 근거가 요구된다"와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한다"를 이유로 유산유도제의 한국필수의약품 센터를 통한 신속 도입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본 답변은 여성의 임신 기간이 10개월이 채 안되는 점, 현재 제약회사를 통한 의약품 도입이 불발된 상황이라는 점, 허가 조차 어려운 상황 속 처방전 발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답변입니다.

 

또한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하다는 것은 당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 어떤 사안, 예를 들면 오염수 방류 시 일본 수산물 수입에 대해서는 10명중 7명이 반대해도 수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10명 중 7명 가량 찬성하는 유산 유도제 도입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부재를 근거로 제시하십니까.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의약품들은 환자에게 미칠 이익과 위험을 고려하여 사용을 결정합니다. 논란은 많지만 근래의 의약품 도입은 안전성, 유효성 평가마저 면제해주는 규제완화의 흐름인데,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일본, 캐나다에서 이용하는 미프진에 대한 이용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더불어 WHO는 임신중지 관련하여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여성들은 미프진의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핵심 방법의 하나로 안내합니다.

 

왜 이런 의약품은 필수의약품이 되지못하는지 당최 의문입니다.

강조하는 바, 이해 당사자의 핵심은 의약품을 제 때 접근해야할 사람입니다.

저는 면허여부로 말할 수있는 약사이기 이전에, 생물학적 여성이고, 가임기 여성, 대한민국 국민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유산유도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비록 될 때 까지 함께하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아직까지 서서 발언을 해야함이 참 비통합니다.

 

더 이상 비겁한 침묵은 안됩니다. 또한 가만히 있음은 중립이 아닌 적극적 의견 개진으로, 미프진 도입에만 유난히 보이는 태업은 안전한 임신 중지를 방해하는 행위니다.

 

더 이상 미프진 도입을 지연시키지 말고, 속도를 내십시오.

사회적 합의라는 말에 숨어 미프진 도입을 지연시키는 기만을 멈추십시오.

이미 오래전 미프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되었습니다.

 

 

[발언 3] 오진방 (진정인,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보호출산제’도입 중단하라. 대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임·출산 양육지원을 강화하라.

 

안녕하십니까?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촉구와 함께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에 대해 항의하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십니까?

 

안전한 임신중지를 요구하는 많은 시민단체와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회적 합의만을 운운하는 보건복지부는 저희 미혼모와 한부모 단체들의 반대에는 아랑곳 않고 현재 모든 영아사망과 관련하여 여성만의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하고 보호출산제 도입과 실행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영아 사망사건의 다른 이름은 사회적 돌봄 공백과 빈곤의 세습이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들만의 책임을 묻고 다시 여성들의 익명출산을 돕는다고 합니다. 출생통보제는 이제 혼외출산에 대한 정책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허들을 하나 넘었을 뿐입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병원 밖 출산’을 두려워 하면서 고작 하려고 하는 것이 익명출산을 보장하고 가장 손쉬운 현금지원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시설 하나 늘리고 텅텅 빈 보호시설에 아이들을 유치하려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을 부처와 지자체가 서로 떠 넘기듯 책임회피를 하면서 예산 집행만 신경 쓸꺼면서 일 다했다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또 다시 혼외출산자를 해외로 추방하고 격리하는 시스템으로 비양심적인 남성들의 책임을 대신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태어난 아이도 임신한 여성도 생명 논의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취약계층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해 힘이 더 들더라도 낙인 없는 복지정책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이주민의 아이들도 안전한 의료체계 안에서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하는 일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보호’가 아닌 권리 ‘보장’으로 가야 하는 것!! 안전한 임신중지야 말로 바로 우리 한부모와 미혼모 등 비혼출산 모두에게 기본권리인 건강권의 시작입니다.

 

유산유도제 도입으로 우리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기자회견문]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끝났다!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하라!

-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에 성의없는 복붙으로 회피한 식약처 답변에 부쳐 -

 

식약처는 근래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과 도입을 촉구하는 세 건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 5월 4일에 약사 172인이, 6월 21일에 의사 59인이, 그리고 6월 26일에는 시민 1625명이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과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도합 1856건의 자필 진정서는 산적한 임신중지 제도화의 과제들 중 가장 작은 첫 걸음인 유산유도제 도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세 건 모두에 대해 지정 요청을 반려하며, 순차적으로 ‘복붙’이나 다름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복붙’한 내용의 요지는 ‘유관부서간 협의’가 필요하며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반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탁상공론식 답변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 · 요구한다.

첫째, 식약처는 ‘유관부서간 협의’와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변하며 지정을 반려했다. 우리는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이해 당사자’란 누구를 칭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임신중지 권리에 있어 최전선의 당사자들은 바로 여성들[1]이다. ‘사회적 합의’는 다름아닌 임신중지의 당사자들을 포함해야 한다. 유산유도제 도입은 이미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23만명 이상이 요구한 바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낙태죄'의 법적 실효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리의 보장을 요구하는 수많은 시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는 일선의 보건의료인들도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과 임신중지 의료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임신중지의 가장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주체들이 한목소리로 진정서를 제출한 지금의 상황이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면,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는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혹 정부가 말하는 이해당사자는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일부 직능단체와 종교단체에 국한된 것은 아닌가? 임신중지 최전선의 핵심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합의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지정요청을 반려하면서 유관부서간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검토하겠다는 식약처의 답변은 순서가 뒤바뀐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원에 대해 유관부서간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협의가 미비하니 민원을 반려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이다.

둘째, 식약처는 ‘국가필수의약품’이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라고 밝히면서도, 유산유도제가 시장기능만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유산유도제가 시장 기능만으로는 한국에 도입되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해 현대약품 사태에서 확인했다. 유산유도제 상품 중 하나인 미프지미소를 도입 신청했던 현대약품은 신청을 자진 취하하였다. 이에 현재 어느 제약사도 유산유도제 도입을 신청하지 않아 도입 논의조차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답변서에서 ‘의약품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에서 의약품의 제조판매(수입) 품목허가 신청 또는 신고 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 및 시험방법 등 제출자료 심사 및 평가 등을 통해 품목허가’를 하고 있으며 유산유도제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시민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닌 식약처가 개별 민간 제약사의 신청 없이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수수방관하고 있음을 스스로 답변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식약처 답변 중에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유산유도제 미비로 인한 건강권의 공백 상태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진정서에도 밝힌 바와 같이, WHO는 이미 2005년부터 유산유도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여 각국이 확보하고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WHO에서 발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2주 미만의 임신중지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병합요법은 1순위로 권고되고 있다. 약물적 임신중지는 외과적 임신중지에 뒤지지 않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이다. 임신 9주 이내에서는 95% 이상, 임신 10주 이내에서는 93%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신 1분기 이내 사용 시 중증 합병증(입원, 수혈, 응급실 내원, 감염, 사망 등)은 0.15% 수준으로 여타 전문의약품보다도 안전성이 입증된 필수재이다. 반면 이를 사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건강권 침해는 다층 다단하다. 단적으로 외과적 임신중지가 불가능한 여성의 경우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가로막히는 심각한 건강권 침해에 직면한다. 또한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으로 한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약을 구하거나, 병원에서도 효과가 더 좋은 약을 사용하지 못해 대체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불법 의약품 근절’프레임으로 일관할 뿐 정작 정부의 책임 방기로 국내 미비한 유산유도제를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 유산유도제를 둘러싼 이 모든 논쟁에서 건강권 보장에 나서야 할 정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여전히 임신중지를 공중보건과 권리의 차원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과거의 굴레를 정부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 낙태죄가 비로소 효력을 상실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임신중지가 이제는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합의를 확인한 것이다. 임신중지 비범죄화라는 헌법적 권리가 인정된 지금의 한국사회의 ‘합의’를 식약처를 비롯한 행정부처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산유도제 도입을 포함하여 안전한 임신중지가 누구에게나 가능하게 하기 위한 사회적 과제는 산적해 있다. 임신중지 의료전달체계, 의료인력양성, 건강보험 급여화 등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를 위한 기반 마련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혁과제는 물론이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은 가장 기초적인 과제라 할 수 있는 유산유도제 도입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우리는 유산유도제 도입에 있어 국가 책임을 실현할 경로로써 유산유도제에 대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과 신속 도입을 다시한번 촉구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한다. 비범죄화 3년째 중언부언을 반복하는 이 세 건의 답변서는 우리에게 백지나 다름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인권과 건강권, 그리고 과학적 이해에 기반하여 책임 있는 답변과 행동을 요구할 것임을 밝힌다.

 

 

[1] 젠더 이분법에 따른 지정성별 여성만이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퀴어 또한 임신중지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용한 ‘여성’이라는 표현은 국가가 임신할 수 있는 신체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언어를 전유하여 표현한 것이며, 임신중지를 경험하는 다양한 젠더를 배제하고자 사용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식약처 답변서 모음]

시민

https://drive.google.com/file/d/1iWXY2IffXMKl-_W2a97Wcya4CpzwNEDa/view?usp=drivesdk

 

약사

https://drive.google.com/file/d/1vG48uvnWifx4Kygcfh6jeGhgslJk3KwK/view?usp=drivesdk

 

의사

https://drive.google.com/file/d/1fKHjMek6AHS4G50R6n2RFiXQ2zNvqTP7/view?usp=drives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