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행진후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요구한다! 페미니스트 대행진(5/10)
성평등 모르쇠하는 대선후보들에게 극대노한 나...페미! 페미니스트 대행진에 가다!
안녕하셔요.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 조마린🦜입니다.
138개 공동주최 단위와 32명의 개인 행동이가 함께한 [성평등정치로 가는 페미니스트 공동행동]은 조기대선 국면에서 지워지고 외면당한 성평등 의제를 다시 드러내기 위해, 5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발하여 빛의 광장 광화문까지의 행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밤새 뒤척이다가 스스로 기상을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 버렸답니다.
상길치라 지도에 거리뷰에 길거리 탐문을 거쳐도 혼자 안드로메다로 가는 빈도가 높기에 중요한 집회가 있을 때는 몇배나 집중하여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함에도, 늦게 일어난 것이었어요. 급한 마음에 이미 5.8km 행진을 마친 것 같은 극.피.로.가 몰려왔지만(극피로 티셔츠 입을 뻔), 빛의 광장 속 여성을 지우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불같이 호령하겠다는 의지로 극!대!노! 티셔츠(링크)를 오늘의 의상으로 빠르게 선택했더랬죠. 여기에 동료가 활동가템으로 적극 추천한 판초우비를 입고 서둘러 집결지인 용산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엔 용산시대를 상징하는 현 윤석열씨 구 대통령실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아참! 행진 준비물로 공지된 한남동 관저 앞에서 사용한 키세스 은박담요도 잊지 않았습니다.
12시에 집결지에 도착했지만,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통곡ㅜㅜ) 그럼에도 각 단위 활동가들은 "오히려 좋아!"의 마음가짐으로 전날까지 정비했던 사회자 대본, 타임테이블, 퍼포먼스 등을 복기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판단해야 하는 행진트럭 링크, 경찰과의 소통 등 각자 맡은 역할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집회시간 2시가 되자, 비가 멈추었어요. 럭키페미!
주제별 퍼포먼스를 행진에 담아
페미니스트 주권자로서 요구하다!!!
5월 10일 페미니스트 대행진을 특히나 기대했던 이유는 행진에 최적화된 발놀림을 4월 4일 피청구인 파면 이후에도 피크민으로 단련해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ㅎ, 이 행진에는 젠더폭력구간, 여성노동구간, 성평등추진체계구간, 성평등정치구간으로 구분된 경로에 주제별 퍼포먼스를 포함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투표하는 손이 아님을. 우리는 거부할 수 있고, 다시 광장을 밝힐 수 있는 존재임을 대단위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내기로 한 거죠!
1구간. 젠더폭력
페미니스트 대행진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참여자 약속" 안내로 시작되었습니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참여자 약속
- 집회 참여자 중 누군가 야유, 욕설, 비하, 배제, 차별, 혐오 발언 및 행동을 한다면 정확하고 명확하게 행위 중단을 요구합니다.
- 중단되지 않는다면 즉시 주변 사람이나 스태프에게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 주변에서 현장을 목격하신 분도 마찬가지로 행위를 멈추도록 항의해주시고, 기록을 남기고, 스태프에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 문제 발언을 용인하는 것은 차별, 혐오, 폭력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문제 발언, 행동이 용인되지 않도록 집회 참여자인 우리부터 중단합시다.
그리고 지난 16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1,872명의 피해자(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를 통해 집계한 최소한의 사망자 수로, 보도되지 않은 건을 고려한다면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음)를 기리는 묵념을 했습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발걸음이 이대로 멈춰지지 않기를 바라며 젠더폭력을 끝장낼 대통령을 분필로 요구했습니다!!!
행진 도중 진행된 '검은장막' 밟기는 행진트럭 사회자가 검은 현수막에 적힌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읽으면, 그 현수막을 밟으며 차별과 폭력없는 세상을 결의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동시에 "가정폭력처벌법", "비동의강간죄",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요구하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피해, 심지어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혹은 가장 믿는 친밀한 관계에서도 죽임을 당하는 참혹한 페미사이드 현실을 규탄했습니다.
우리는 상상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정책을 내놓는 대통령이 있는 세상을. 폭력의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외면당하지 않고 정의를 마주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랐습니다. "동의 없는 성관계는 성폭력이다"라는 당연한 상식이, 외쳐야 할 구호가 아닌,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이 되기를 희망했어요. 성구매를 둘러싼 남성중심 문화, 권력의 작동 방식, 그리고 성별에 따라 위계가 나뉘는 구조가 사라진 사회를 페미니스트들은 바랐습니다.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의 외침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라 믿었기에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연대의 가능성을 믿고 행진했습니다.
2구간. 여성노동
행진대오가 숙명여대입구역을 지났을 때, 우리는 여성노동과 관련한 현실을 비판하고 다양한 정체성의 노동자들에게 지금당장! 필요한 의제들을 외쳐보았습니다.
먼저 15년째 성별임금격차 OECD 1위인 한국의 노동현장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똑같이 일을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노동자 임금 대비 65%를 받는 분기탱천할 극대노! 현실... 임금시간으로 따지면, 3시부터 무임금으로 일하는 셈이라고 하는데 그 상황이 너무나 화나버리곸!!!ಠ_ಠ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불합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대통령,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대통령 후보에게 주권자의 표를 행사하겠다고 힘주어 외쳤습니다. 그리고 행진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일터에서 싸우고 있을, 성희롱 피해를 용기 있게 드러낸 여성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담아 "세상에 지지 말아요🎵"를 함께 불렀습니다. 나아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사상 검증의 대상이 되고, 결국 일터에서 밀려나는 현실에도 우리는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장시간 일하면서도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한 처지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은, 그 무게만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외쳤습니다.
그때 행진 저 너머에서 두둥!!!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피켓팅이 등장했습니다. 피켓에는 "차별금지법"과 "포괄적성평등"이 적혀 있었지요.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17년동안 제정되지 못하는 차별금지법이 차별과 혐오선동의 정치를 끊어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법임을 다시한번 구호로 외쳤습니다. 이 곳에서 형광조끼를 입은 제게 한 시민께서 다가와 먼저 이렇게 말했던 걸 기억합니다.
시민분: "행진하고 싶었는데, 행진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나페미: (오열)
(나중에 그 시민분을 대오 속에서 다시 발견하고 보라색 성평등쟁취 머리끈 하나 드렸었는데, 혹시 다시 만나면 두개 챙겨드릴게요오오오...♡)
3구간. 성평등추진체계
차제연 활동가들과 각양각색 깃발의 기수분들 합류로 행진의 규모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식당에서 식사하시던 분들이 앞치마를 한 채 뛰쳐나와 행진대오를 향해 박수를 쳐주기도 했고, 행진을 지켜보던 할아버지께서 '엄지척'으로 응원해주기도 하셨더랬죠.(감동)
1천여명의 페미니스트들이 함께하는 우리의 행진을 보고 있노라니...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며 '민주노총이 보냈던 초대장'에 광화문에서 한강진으로 합류했던 1월 4일 '광화문 응원봉 군단(당시 표현)'이 떠올랐습니다(마치 라잌 반지의제왕 펠렌도르 전투). 이에 더 힘주어 외쳐야했습니다. 윤석열 파면이 끝이 아님을! 윤석열과 윤석열들이 퇴보시킨 성평등추진체계를 요구해야만 했어요.
윤석열은 여성차별과 젠더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했습니다. 여성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며 혐오와 차별을 정치에 활용한 윤석열은 극우의 지지를 등에 업었습니다. 광장에서 페미니스트들은 단순히 정권 퇴진을 외친 것이 아니라, 안티페미니즘과 맞서 싸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성평등을 지우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우리가 외친 사회대개혁은 차별과 혐오를 넘는 성평등 민주주의였습니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은 ‘성평등’을 ‘평등’으로 바꾸어 말하고 광장을 지켰던 존재들을 지움으로써 광장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응원봉을 든 여성들을 지운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우리가 바라는 평등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석열을 파면한 페미니스트들은 성평등을 실현할 대통령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숭례문 광장에서 활동가들이 나눠주던 투표 인증 스티커는 우리 모두가 주권자임을 상징했습니다. 평소엔 스티커 붙이기를 쑥스러워하던 저조차도 이날만큼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적힌 대형 피켓에 당당하게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이는 곧, 윤석열을 파면한 우리들이 바라는 미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선언이었습니다.
나아가 '살판'의 흥겨운 풍물 공연이 광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채워주었습니다. 웃음과 박수, 몸짓 속에 우리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함께 만드는 변화가 여기, 지금 시작되고 있음을.
4구간. 성평등정치
첫 번째 행진트럭이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루이즈더우먼’의 피켓에 색칠하며 다음 행진트럭을 기다렸습니다. 그 순간,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졌고, 사운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아쉬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척!하면 발빠르게 척!하는 행진 참여자들과 함께 젠더폭력구간에서 밟았던 검은장막을 성평등정치구간에서 비로소 찢어내 버리는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지요. 비를 맞으며 검은장막을 찢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은, 차별과 혐오를 거부하는 강력한 통쾌함! 그 자체였습니다.
발언과 선언문 낭독(링크)후, 파면 투쟁템 키세스 은박담요를 높이 든 시민들은 은박담요로 만든 깃발을 든 활동가들과 어두운 용산시대를 지나 다시 밝아진 광장을 형상화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한 ‘빛의 광장’ 만들기 퍼포먼스는, 비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빛의 광장을 다시 만들었던 우리 페미니스트들이 바라는 세상은 다음과 같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동의여부로 강간죄 구성 요건이 개정된 세상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는 세상
✔️안전한 노동환경이 보장되는 세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세상
✔️성평등 전담부처가 강화된 세상
✔️페미니스트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
✔️모두가 존엄한 성평등 세상
광장의 명령이다!
성평등정치 실현하라!
대선후보들이 지운 여성의 존재, 그리고 성평등 공약의 부재를 비판하며 시작된 페미니스트 대행진은 용산을 지나 광화문 ‘빛의 광장’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외쳤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평등 정치’라고!!!
광장을 밝혔던 주인공들은 단지 한 부류가 아니었습니다.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장애인, 이주민, 빈민, 청소년 등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다양한 정체성들의 페미니스트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존재는 또다시 지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2.3 계엄 이후, 탄핵광장에서 123일 동안 반복해서 외쳤던 목소리는 차별과 혐오선동의 정치를 끝내자는 외침이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정치이며, 모든 시민의 존엄을 보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입니다.
다시한번 구호로 외치며, 용산전쟁기념관에 갈 때마다 만났던 왜가리에게 "대선후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6.3 대선을 앞두고 질문해봅니다.
성차별 부정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성평등 공약없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필요하다!
차별과 혐오선동 정치에서
성평등 정치로!